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멈춰버린 시계가 기억해주는 시간

일기를쓰다

by 슈테른 2012. 6. 28. 01:0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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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상 서랍을 열었다. 딱봐도 쓸데없는 물건들이 너무 많아 뭐라도 버려야겠다고 결심하고 서랍 안을 살핀다. 절대 버리지 못할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. 이 녀석.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오늘까지 버티고 있었다니. 15년을 훌쩍 넘어버린 긴 시간을 참 잘 견뎠다. 



메탈 시계는 전혀 내 취향이 아니지만, 한때는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열심히 착용했다. 짝사랑했던 선배가 줬다는 이유 하나만으로. 생각지도 못한 생일 선물에 마음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던가. 그 여름의 밤공기가 고스란히 다시 불어와 그때의 설렘을 가져다 준다.

취향에 맞지 않는 시계를,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서도 착용했던 건, 선배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려 애쓴 마음이었을 것이다. 좋아하는 마음이 가진 힘은 고집스러운 취향의 힘을 단숨에 꺾어버릴만큼 클 때도 있으니까.


시계 바늘이 멈춰버린지도, 내 짝사랑이 짝사랑으로 끝나버린지도 이미 오래 전. 내 취향이 아닌 시계만이 그 시간을 기억해주고 있다.